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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발레리나 (Ballerina, 2023)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0. 18. 19:57

 



얼추 19금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줄거리와 캐릭터들이지만, 나름 영상미는 (비록 최근 경향은 아니고 다소 복고적이고 관객의 취향을 많이 타지만) 스타일이 있고 괜찮았다. 배경이 전체적으로는 한국인이 보면 거의 한국인데 간간이 무국적적인 배경도 적지 않았다. 주택이나 상점들의 스타일을 보면 (한국의 어딘가에 실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홍콩이나 일본의 뒷골목이 더 쉽게 상상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쪽의 예전 영화들을 섭렵하며 영감을 좀 받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통파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별로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스타일의 영상미(왜곡된 앵글, 현란한 네온 색감, 빠른 컷 전환, 뮤직비디오 느낌)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흡족한 영상미일 것 같다.


이 영화가 국내보다는 해외의 젊은층에게 꽤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서구권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악당의 전형이 한몫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해서 작품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밀도 있는 내용, 인상적인 캐릭터 이런 것은 아무 상관 없고 그저 신선한 액션 영화에 목마른 해외의 어떤 젊은층의 입맛에 매우 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끝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빌런의 집에서 수첩을 집어들고 가는 것으로 봐서 시리즈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러다 한국 영화 버전 여자 주인공 ‘존 윅(John Wick)’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전종서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가 흥행하는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만약 국내 극장 개봉용으로 제작되어 (제작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저예산이라면 모를까) 극장에서 먼저 공개되었다면 십중팔구 손익분기점도 넘기기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편적인 한국 관객 취향의 영상미나 내용이나 캐릭터와 많이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거나 밀도 있는 내용(문화적 배경)을 거의 몰라도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면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상이나 이미지만으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19금 게임, 만화 같은 장르가 관객을 끌어모으기 좋은 플랫폼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영화 ‘존 윅’ 시리즈는 그래도 제작비가 좀 들어간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출연진뿐만 아니라 관객의 연령층의 폭이 넓은 편인데, 이 영화는 거의 젊은층에 국한되어서 예전의 컬트 무비처럼 환호한다는 측면에서 영화 ‘존 윅’보다는 ‘크로우(The Crow, 1994)’의 한국 버전이라는 칭찬이 더 적합할 것이다. 아무튼 전종서 특유의 비정한 액션 연기에 매혹되어서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10월 18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