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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No Hard Feelings (노 하드 필링스, 2023)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1. 20. 21:23

 




요즘에는 덜 한 것 같은데 몇 년 전만해도 한국의 텔레비전에서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는 설정일 것이다. 또는 젊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만화나 웹소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남녀 커플 설정일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얼마 전까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드라마 설정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모태솔로’, 일본에서는 주로 ‘초식남’.


둘이 똑같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공통점은 여자를 판타지 장르에서나 나오는 캐릭터로 생각한다는 점일 것이다. 쉽게 말해서 여자랑 한 번도 안 자 본 남자. 컴퓨터 게임이나 야동으로만 머릿속에서 여자랑 찐하게 나뒹굴었던 남자.


그냥 모태솔로만 달랑 설정하면 영화가 흥미롭지 않아서 관객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해줄 다른 호감 가는 장점이 추가되어야 한다. 모태솔로 남자가 주인공이면 당연히 비슷한 남자 관객이 주 타겟이기 때문에 상대 캐릭터는 일반적으로 널리 예쁘다고 칭송받는 여자이다. 예쁜 여자가 현실 세계에서는 뭐가 부족해서 모태솔로를 만나겠는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매우 확률적으로 희박한 편이다. 개연성이 있어야 흥미롭기 때문에 두 남녀가 설득력 있게 엮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영화에서 모태솔로 남주인공은 육감적인 미녀의 관점에서 매우 연하남이고, 순박한 성격이고, 부유층 외아들이고, 명문 대학에 합격했을 정도로 뇌세포의 주름도 쓸만했다.


여주인공(제니퍼 로렌스 분)은 매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 친한 친구를 통해서 어떤 부부가 자신의 모태솔로 아들을 일종의 성교육시키고 남자로 만들어줄(첫 경험을 시켜줄) 여자(여담이지만 먼 옛날에 ‘가정교사’라는 19금 영화 시리즈가 꽤 인기였는데...)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두 남녀는 엮어지게 된다. 


육감적인 몸매와 억척스럽고 당찬 성격의 젊은 여성과 똑똑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모태솔로 연하남이 엮어가는 에피소드가 그렇게 막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한국적이지 않고 미국적이라서 그런지도 모름) 솔직히 나름 그럭저럭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비록 설정 자체만으로는 한국의 예전 텔레비전 드라마들에서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 차별성으로 인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문화차이. 미국에서는 저렇구나. 물론 미국이라고 해서 다 저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여담이지만 극중 배경이 되는 도시가 ‘몬탁’이라는 곳인데 ‘몬탁’ 하니까 문득 떠오르는 것은 ‘몬탁 프로젝트의 괴물’... 아니 이것은 MBC의 ‘서프라이스’ 프로에 빠진 시청자가 떠올리는 것이고, 무릇 여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풍기기 위해서 언급하기에는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릿의 ‘이터널 선샤인 오브 더 스팟리스 마인드’의 배경도 몬탁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우여곡절로 부도덕하게 엮어진 두 커플이 캐릭터 설정 상 끝에 가서는 부득이하게 실제 연인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보편적인 로맨틱 코메디 장르 영화는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을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만드는 것은 독립영화에서나 가능한 결말이다. 마치 풋풋한 청춘의 러브스토리 추억. 그런 거지. 다만 이 영화에서는 확연히 로맨틱 코메디이기 때문에 한국의 80-90년대 감수성 같은 것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그냥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는 정도이다.


남자 입장에서 연애 상대가 모태솔로 여자인 것에 그렇게 상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반하여, 여자 입장에서 연애 상대가 모태솔로 남자인 것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인류사적으로 살펴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선사시대에 신랑감으로 가장 선호하는 상대는 사냥을 잘 하는 건강한 남자이다. 부족 간 전쟁에서 살아남아서 가족의 생계를 지속시키는 것이다 (자식을 굶어죽게 하지 않고 잘 키우는 것이다) 이런 남자의 이미지와 모태솔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상반되는 편이다. 물론 현대사회는 선사시대와 매우 다르다. 특수한 경우도 다양하게 많지만 아무튼 보편적으로 그런 편이란 얘기이다. 


그건 그렇고 SBS의 ‘나는 솔로’ 프로에 출현하는 분들 중에 개인적으로는 ‘모태솔로’ 기수분들이 가장 재미가 없는 편이다.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연애를 하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적이 많고, 어쩌다 노력을 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시청자는 그런 순박함, 순수함, 때묻지 않은 성격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액션 영화에 액션 관련 장면은 드물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피’ 감독의 롱테이크 장면만 가득하다면 굳이 ‘나는 솔로’를 볼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솔로’ 같은 프로에서 모태솔로를 감상하는 시청자의 기대는 그(또는 그녀)가 어떻게 연애 관심을 회피하는 지가 아니라, 어떻게 기존의 연애 선수들과는 차별되는(익숙하지 않은, 프로답지 않지만 매력적인) 신선한 연애를 펼치는가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만약 제니퍼 로렌스가 출현하겠다고 계약서에 싸인하지 않았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제니퍼 로렌스 특유의 매력은 생생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진짜 여담이지만, 제니퍼 로렌스 외모는 세기의 모델 급은 아니지만 전국은 아니고 어떤 지역에서 당당히 퀸카를 먹을 수 있는 또는 무작위로 선택된 여러 연령과 계층의 백인 남성들이 무릇 예쁘다고 추켜세워주기에 손색이 없는 외모인 것 같다. 어딘지 모르게 닮은 미녀들이 떠오르는데 스파이더맨 1의 ‘커스틴 던스트’도 어느 정도 닮은 외모이고, 심형래 감독의 ‘디워’의 여주인공 ‘아만다 브룩스’도 어느 정도 닮았고, 최근에는 필자가 블로그에 종종 뮤직비디오를 올린 적이 있는 (국내에서는 K-POP 가수들만으로도 벅차서 매우 인기가 있지 않고서는 해외 뮤지션에 관해 한국의 언론이 언급하지는 않는 편이어서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는) ‘클레어 로신크란츠’도 어느 정도 닮았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제니퍼 로렌스가 결혼도 했고 애도 생긴 후에 점점 다시 영화를 찍는 것 같아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작품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11월 20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