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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거미집 (Cobweb, 2023)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2. 7. 18:19

 

 

막상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는 유명 영화제를 거쳐서 홍보도 많이 해서 그런지 나름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대중들의 호감은 냉랭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흥행하지 못한 것이 궁금하기도 했고 최근에 감상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아주 흥미롭게 재밌게 감상했다. 그런데 생각해봤더니 일반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적어도 한국 고전 영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한국 영화 애호가, 예를 들어, 유튜브에 가끔 한국영상자료원으로부터 올라오는 한국 고전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하는 관객에게 매우 매혹적일 것이다. 또는 적어도 영화를 제작하는 업종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있었던) 관객이 흥미롭게 감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영화와는 무관한 전혀 다른 수많은 업종에 종사하면서 영화를 가끔 심심풀이로 감상하는 관객은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간단히 말해서 매우 호불호가 칼로 무를 베듯이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인 듯하다.


필자가 이 영화를 매우 흥미롭게 감상했다고 해서 필자가 현재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에 관심이 많았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일반인보다는 훨씬 영화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기에 이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과연 일반인 특히 유튜브와 틱톡에 익숙한 요즘 시대 젊은층이라면 이 영화를 무슨 재미로 볼 수 있을까? 매우 지루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껏해야 유명한 배우의 옛날 스타일 연기를 감상하는 것으로 위로를 하며 극장을 나왔을 것 같다. 추가로, 옛날 대중음악이 사운드트랙으로 나오는데 좋다고 생각했던 관객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영화 평론가들이 매우 좋아하는 영화적인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야기 자체보다는 영화 장르의 특징적인 요소, 구조 (그리고 한국 영화만의 역사적 특징을 추가하여) 매우 노골적으로 활용하고 들어내는 컨셉으로 시나리오 작가가 젖 먹던 힘과 영혼이 이탈할 정도의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인고의 탈고를 한 듯하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특히 서구문화권에서도 유명한 김지운 감독이 감독하고 송강호 배우가 주연을 하니까, 비록 흥행성을 점칠 수 없었지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야기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감상하기에 그리 어렵지도 않고, 그럭저럭 괜찮았다. 무엇보다 쟁쟁한 배우들의 복고풍 연기가 좋았는데, 그 중에 젊은 여배우만을 언급하자면 임수정과 정수정의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연기도 충분히 좋았고, 좀 더 현실적으로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했었기에 배역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는 전여빈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명의 노력이 곁들인 영상미도 훌륭했다. 비록 영화 속의 영화를 볼 때에 한정되어서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소위 충분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미의 영화도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나름 작품성 있게 잘 만들어졌는데고 불구하고 흥행이 되지 않아서 당분간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움의 쓴맛이 맴돌았다.
 

다소 뜬금없지만, 마지막 인상적으로 기괴한 장면에서 필자만 그런 것은 아닐테고 수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이토 준지' 만화가의 만화가 스쳐지나갔을 것 같다. 이토 준지의 만화를 본 적이 없는 관객을 제외하고 말이다.
 

사운드트랙 중에서 프랑스어로 노래하는 복고풍 대중가요가 들려오는데, 순간, 일본의 유명한 애니 ‘큐티 하니’ (마징가Z를 만든 ‘나가이 고’ 작가가 처음 만들었었고, 한참 후에 에반게리온을 만든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의 사운드트랙이 불쑥 떠올랐다. 아래 두 곡을 들어보면 느낌이 닮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큐티 하니’의 음악이 예전(제작 당시에는 동시대) 프랑스 대중가요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이 음악이 너무 좋아서 유튜브에서 찾아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거미집 OST 중에서 (영화 후반에 나온다) Poupée de cire, poupée de son


 

 

 

Cutie Honey opening (1973)

 




2023년 12월 7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