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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3. 29. 11:43

  


요즘 시대에 국내관객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부류도 아니고, 복잡한 세상살이를 떠나 스크린 속에서 위안을 얻으려했건만 영화 속 구성의 복잡함에 자포자기의 지루함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그것을 극복한 결말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세계관들의 풍부한 배경의 아름다움, 복잡함을 관통하며 공통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 비록 익숙하고 뻔한 것일지라도, 그 여운이 잔잔하게 감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혹시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좀더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정확하지 않지만 얼핏 보기에, 총 7가지 시대가 등장하고 실질적으로 6가지 세계가 수시로 변경되면서 이야기를 펼치는데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너무 익숙한 패턴의 영화만을 보는 것을 잠시 이탈하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회적 인식의 벽을 깨고 넘어라', 에 어울리게 영화에 펼쳐진 이야기의 구성 자체도 보통 영화에 사용된 익숙한 이야기 패턴을 깨고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편하지 않다. 그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다만, 그 인물과 사건의 연결이 쉽고 빠르게 인식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독특하고 신선하고 여운이 있는 매력을 지닌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한번 보고 외면할 영화는 아니고 다시 보면서 세부적인 것을 살펴보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또는 소설을 읽어보고 영화를 다시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런 영화를 현대의 일반 보통 관객들이 좋아한다면 그것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이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현대의 보통 관객은 사회적이고 관습적인 인식의 벽을 깨거나 넘는 일에 매우 인색한 편이다. 그런 것을 피곤해한다. 혼자 생존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황무지에서 생사의 사투를 벌리는 것만으로도 힘겹고 버겁다. 대부분의 현대인이 무의식적으로 소망하는 인생의 목표는 '돈을 두둑히 벌어서 편하게 늙어 죽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식의 벽을 깨고 자시고하는 것을 왜 굳이 자신이 해야하는지 반문하며 무관심한 편이다.


이런 현상이 좋다 나쁘다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현시대가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어떤 인식의 벽을 깨려고 자신의 값진 삶을 바쳤다가 노숙자 신세에 준하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쌓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대적인 사회적 관습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를 쭉 살펴보면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교육을 통해서 인식의 벽을 깨는 영웅을 알아볼 수 있지만 사실 그들조차 그 시대에 길거리에서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매우 드물게 출현했던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어떤 시대에나 수많은 사람들에겐 현대인과 다름없이 현실적인 안주와 평안이 중요한 덕목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의 메시지는 비록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현대의 보통 관객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매니아가 생길 수도 있는 작품성을 지녔고, 이런 형식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와우(WOW)' 같은 MMORPG 컴퓨터 게임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굵직한 영감을 주는 측면도 있다. 소설의 작품성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한편,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환생일 것이다. 불교의 윤회사상이다. 언젠가도 느꼈지만, 기독교에 뿌리 깊게 빠져있는 서구인들이 동양의 수많은 종교 중에 가장 많이 관심을 갖고있는 종교는 불교일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과 세계관은 수많은 서구의 유명한 작품에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예수를 상징했다고 볼 수 있는 손미-451(배두나 분)의 경우처럼 기독교적 세계관도 들어있다. 또한, 손미-451의 자신이 속한 세상의 실체와 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싯타르타를 연상하게 되기도 한다.


문뜩, 흥미로운 상상이 떠오르는 것 하나는, 먼 미래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문명에 아직도 인간이 살아있다면, 그들이 섬기는 종교 중에는 현시대의 하층민, 서울의 유명한 환락가에서 공주 뺨칠 정도로 떵떵대며 사는 기생이 아니라, 예를 들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의 매우 하찮은 취급을 당하며 살았던 창녀가 어떤 세계적인 종교의 위대한 성모 또는 신의 대리자로서 섬겨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커다란 운명의 힘이 작용해야하는 일이지만, 꼭 창녀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이고 관습적인 기준에 의한 신분의 고저와는 무관하게 어떤 깨달음의 메아리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으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어쨌든 모든 인간의 현재 자신의 관습적인 사회적 신분의 위치좌표는 그저 한낱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막대기로 그려놓은 표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달처럼 차고 기우는 시대와 환생과 영성의 관점에서 말이다.

  


영화 감상 후, 필자로 하여금 이런 생각들이 들게 만드는 측면도 있으니까 확실히 현대의 보통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액션이 나오지만, 어떤 관객은 괜찮은 액션이 나오는 미래의 서울이 등장하는 시대만을 영화로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겠냐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액션이 없어서 제작비 대비 흥행에는 실패했는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메시지와 생각을 주는 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2013년 3월 29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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