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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남자사용설명서(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3. 30. 15:52

  


제목을 비롯 홍보에 사용된 일련의 것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관객에게 즐거움과 오락성을 줄 목적으로 만든 로맨틱 코메디다. 특별히 서사의 구성미와 스타일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다.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두 배우가 톱 티켓팅을 할 수 있는 흥행배우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매끄러운 연기를 보여줘서 괜찮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지 못한 이유는 뭘까? 개인적인 생각이며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초반에는 신선하고 괜찮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연애 관련 이야기 자체가 흔해 빠진 뻔한 이야기란 점이다. 영화의 구성 스타일은 신선하고 좋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수없이 봤던 로멘틱 코메디 영화들의 전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판박이었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단, 여주인공 최보나(이시영 분)의 목표가 초반과 후반에 어긋나는 심플하지 못한 설정이 있다. 보나가 남자사용설명서를 학습하게 된 가장 큰 목표는 직장에서 남자동료, 상사들에게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하여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였다. 그런데 이런 것에 관한 에피소드는 후딱 흘려지나가고 남자 배우와의 로맨스를 주요하게 다룬다. 이것이 그렇게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뭔가 어긋나는 것은 사실이다. 보나가 남자사용설명서를 학습한 후에 그것을 활용하여 어떻게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게 되는지 그 우여곡절을 흥미롭게 풀어냈으면 훨씬 흥미진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소 지나치게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는 것에만 총력을 기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들 들어,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코믹스럽게 나온다. 때문에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당연한 일이 되는 이상한 나라 같은 시공간 말이다. 무릇 코메디 장르에서 주인공은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영구 또는 찰리 채플린이지만, 조연이나 주변인물은 거의 상식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관객은 그 이야기에 자신을 대입하고 빠져들 수 있다. 예를 들어, KBS의 개그콘서트의 콩트를 보면 대부분 이런 인물 설정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조연이나 주변인물이 완전한 코메디 장르 영화나 개그콘서트의 개그맨처럼 과장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나같이 웃기는 요소들을 표출하고 있다. 초반에는 웃기고 흥겹고 재밌었지만 그런 분위기로 한 편의 영화를 지속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마치 개그콘서트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어떤 코너 하나만으로 60분 이상 지속했을 때 관객은 30분도 못 가서 채널을 돌려버리고 말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최대한 개그를 자제하고 평범하게 행동했더라면 주인공의 활약에 좀더 몰입되고 흥미로왔을 것이다.

  

한편, 남자사용설명서의 제목을 보고 감상하게 된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그 내용과 주인공이 어떻게 그것으로 연애에 성공하는지를 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연애술을 모션 그래픽을 적절히 활용해서 흥미롭게 표현한 기법은 좋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뻔해서 이 영화의 주 관객층은 거의 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고 게다가 그것을 적용해서 연애술에 활용하는 주인공 보나의 모험이 썩 흥미진진하지 않고 자꾸 웃기려고만 주력하는 에피소드의 나열이라는 점이 영화의 후반에 가서 재미의 깊이감을 반감시켰다고 볼 수 있다. 

  

보나가 지금보다 더 망가지고 괴팍해도 상관없지만, 남자 주인공 이승재(오정세 분)는 훨씬 덜 코믹스럽고 여자들이 평소에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 스타의 이미지를 유지해주고 아주 조금만 인간적인 면모(예를 들면 허당, 허접, 맹한구석, 멍때림 등을 보여주는 정도의 유모러스함)을 보여주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현재의 두 남녀 주인공이 주고받는 개그도 충분히 재밌고 흥미로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한 편의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가기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전략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영화의 종반에 두 주인공이 연애에 관해 진지해지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너무 익숙한 패턴으로 표현했기에 식상스러웠다. 게다가 마치 파티장이 연상되는 듯한 CF 촬영장,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운명처럼 혼돈이 발생하고 두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장면은 너무 흔하고 익숙해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신선하고 독특한 서사의 구성미에 있다. 이것을 발전시켜서 케이블방송 미니시리즈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은 너무 식상하고 뻔하다.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제시하는 항목도 왠만한 관객은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점,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까지 지나치게 개그에 몰두해서 대비의 효과가 적었다는 점, 재밌게 보여주려는데 주력하다가 이야기의 상승이나 감정의 깊이감을 놓쳤다는 점, 최후의 파티 비슷한 장면이 식상한 점 등등이 단점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어떤 장면을 따로 떼어보면 유쾌하고 재밌는 점도 있다.

  

  

2013년 3월 30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