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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71

술한잔(A Drink) 서울 북동쪽 수유동이었다. 아는 후배는 가까운 고기 집으로 인도했다. 아파트 단지에 붙은 허름한 상가건물 1층이었다. 포장마차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가게 폭과 높이만큼 보도블럭쪽으로 증설한 포장 칸막이일 뿐이었다. 고기 굽는 연기와 동네 아저씨들의 담배 연기로 너구리는 벌써 잡았고 호랑이는 네 발을 들었을 법 했다. 빈자리가 없어서 내심 좋았다. 다른 곳으로 갔으면 바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입문 바로 앞에 딱 한 테이블이 남아있었고 후배는 거기에 앉았다. 우리는 남자 셋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정말 추웠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가기도 귀찮았다. 자리에 앉았어도 추위의 손톱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출입문은 포장 칸막이 실내를 왕래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주 열렸다. 그.. 2009. 12. 24. 12:25
Eet, Fidelity, Kylie From Connecticut, 별일 없이 산다, Automatic, Copying Beethoven 음악 스타일은 현대 록, 가사에는 노장사상이 배어 있다. 우타다 히카루의 예전 노래 중에 First Love 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노래 Automatic이다. 그리고 이 노래 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노래는 Final Distance였고, 우타다 하면 이 세 노래가 인상 깊게 남아 있다. 2006년에 나왔지만 얼마 전에 봤다. 이 공연 장면에서 닭살이 돋고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작년에 인기 끌었던 국내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모티브가 된 또는 영감을 준 작품일 것이다.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어찌됐든 어떤 일에 자신의 혼신을 쏟아부어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인간은 (그의 삶이 보통 사람이 보기에 행, 불행의 판가름과 무관하게) 위대한 인간.. 2009. 12. 20. 23:58
오점 사냥꾼(Dirt Hunter) - 정보화 시대에 활성화된 인간의 어두운 속성 현시대에는 진정한 영웅을 만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미래에도 만나기는 더욱 힘들 거라고 암울한 SF를 상상한다. 영웅이 될 만 한 자가 없어서도 아니고 명성을 쌓은 자가 없어서도 아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영웅은 그에 대한 신상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아서 인간적인 오점을 확인할 수 없기에 이상적인 영웅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시대에는 영웅의 신상 정보는 인터넷 같은 정보망으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흔한데 이러한 신세계의 어두운 폐해가 영웅의 광휘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점 사냥꾼(Dirt Hunter)'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류의 전체 개체 수에서 일정한 비율로 영웅들이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오점 사냥꾼의 폐해 때문에.. 2009. 11. 19. 11:23
영국 팝아트 - 줄리언 오피(Julian Opie) 몇 개월 전에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가졌었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됐는데 도시적으로 산뜻하고 심플하고 수수한 색감이 좋았다. 팝아트 하면 누가 뭐래도 워홀이 떠오른다. 또는 만화책 한 컷을 대문짝만하게 그렸지만 예술적으로 보이게 그린 리히텐슈타인도 생각난다. 수많은 미술가가 팝아트를 그리곤 했지만 현시대에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팝아트 미술가는 '줄리언 오피(Julian Opie)'인 것 같다. 현대 예술 작품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하고 소박하고 소시민적인 경우가 많다. 이유가 될지 모르지만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는 영화, 드라마, 컴퓨터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줄리언 오피 작품의 색감은 워홀의 것보다 덜 자극적이다. 마치 교육용 만화책의 표지를 보는.. 2009. 10. 6. 20:37
달라진 역전 풍경 & 외국인 지도자 & 컴퓨터 게임 어찌해서 추석날 수원역에 갈 일이 있었다. 몇 년 동안 명절에 큰 역에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확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1,2년 사이에 달라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하철 표를 터치스크린이 달린 자판기에서만 판매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그것이 아니라 길게 늘어선 인파들의 구성비가 낯설었다. 다소 과장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대략 7명 중에 1명은 외국인이었다. 역 내부도 그렇고 역 주변에 길거리를 거니는 인파들의 비율도 비슷했다. 주로 동남아 쪽 외국인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중국인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외국인은 더 많을 것이다. 정말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 같다. 물론 현재는 특정 지역에 외국인이 몰려 살지만 국내 미래학자들의 예상대로 십년 정도 후에는 전체 인구의 .. 2009. 10. 5. 19:00
디스트릭트 9 - 외계인 문자 디스트릭트 9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폰트를 다운 받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외계인 폰트가 중요한 소품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내는데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주선과 로봇의 계기판에 간간히 표시되는데 이는 관객에게 사실성과 현실성을 높여준다. 중국이 지금처럼 열려있지 않았을 때에 영화에서 외계인 문자 하면 대개 이집트 문자나 메소포타미아 문자의 조형성을 디자인적으로 변형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중국이 커다란 시장이 되면서 할리우드 영화도 중국에서 많이 찍는 것처럼 외계인 문자는 중국 한자의 조형성을 닮게 디자인하는 경향이 짙다. 트랜스포머에서 자막에 나오는 외계인 문자는 한자를 흘려서 쓴 조형성이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외계인이 쓰는 문자도 한자의 조형성을 따서 디자인했.. 2009. 9. 7. 17:06
매개체의 인간 (호모 캐리어스, Homo carriers) 완전히 고립되어 홀로 살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보통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든 타인과 상호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인간은 타인과 온갖 것을 주고 받는다. 그래서 부족을 이뤘고,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이루고, 현대와 같은 초호화 정보화 사회를 이뤘다. 그런데 인간은 여느 동물과 달리 주고받는 온갖 것을 담아서(적재해서, 포장해서, 다른 형태로) 사회적 행동하며, 세월이 흐를수록 담는 무엇은 더 다양해지고 고도화된다. 즉, 세월이 흐를수록 인간은 온갖 것을 매개체를 통해서 주고받는 속성이 짙어지는데, 그 매개체는 다양해지고 고도화로 발전한다. 여느 동물과 달리 매개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인간을 '매개체의 인간 (호모 캐리어스(Homo carriers)'라 한다. 선사 시대 때 어떤 부족민이 힘을 합쳐 들소를 .. 2009. 6. 12. 12:21
현대 인류는 호모 싱크(Homo sync, 동질(同質)의 인간)으로 진화한다. 현대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의 인간)로 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게임, 영상, 엔터테인먼트, 프로 스포츠의 지속 성장이 대변한다. 또한, '호모 싱크(Homo sync)'로도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동일시 인간' 또는 '동질(同質)의 인간'이다. 쉽게 말해서 '수많은 인간이 어떤 대상을 중심으로 모여 한 명의 인간처럼 사고하는 속성의 인간'을 말한다. 현대 인류는 디지털, 인터넷, 정보화가 활짝 핀 꽃처럼 발전된 환경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뒤집어쓰며 살고 있다. 현대 인류는 어떤 대상과 동질, 동일시를 욕망한다. 그 욕망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종류는 다양하고, 공간적으로 훨씬 방대하고, 시간적으로 천차만별하다. 이런 인간의.. 2009. 5. 27. 18:45
수공예품의 상상력을 아이쇼핑 해도 유익하다 - Etsy.com 수공예품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구경하는 것 만으로 손맛이 느껴진다. 웹디자인 기술은 첨단이다. 관련 외국 서적에 종종 언급되는 쇼핑몰이다. 기술적으로 감성적으로 의미심장한 첨단을 달리기 때문이다. 쇼핑몰의 모범생이다. 그건 그렇고... 수많은 소규모 창작자들이 올린 수공예품이 아름답다. 상상력은 소박하면서 훌륭하다. 구입한 적은 없지만 가끔 둘러보는 것 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국내 오픈마켓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전부 수공예품이라 같은 기능의 공산품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다. 그러나 손으로 직접 만든 제품이라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것과 느낌이 다르다. 정겹다. 창작자의 손가락의 온기가 전달되는 듯 하다. 상상했던 머리속을 들여다보는 듯 하다. 문뜩, '저런 식으로 다르게 만들면 어떨까?' 라고 떠.. 2009. 2. 11. 02:19
가까운 미래에 초거대도시, 일시적 이민, 초거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공정성 가까운 미래에 지구는 현재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다. 전 세계에 초거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활발해지고 집중되고 융성해질 것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현재와 다른 점은 국가, 민족, 애국 등은 상당히 약화되고 해당 도시의 안녕과 번영을 최대 덕목으로 삼을 것이다. 어떤 초거대도시라도 해당 국가의 국민은 일부일 뿐이다. (물론 지방중소도시, 전문특화도시는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초거대도시 시민으로서 가장 강조되고 칭송되는 덕목은 정의, 진실, 공정성 같은 류다. 현재 국가체계는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지속되지만 지구상 곳곳에 경기도만한 면적의 초거대도시가 50개 가량 생겨서 꽤 융성해질 거란 의미다. 사람들은 일생동안 대개 한두 번 서로 다른 국가에서 국가로 .. 2008. 11. 20. 15:50
초현실주의 느껴지는 사진 예술 - 로드니 스미스(Rodney Smith) 현대 예술에서는 거의 흔적으로만 명맥을 잇는 초현실주의, 전위(아방가르드) 예술 느낌 난다. 누군가의 글이 떠오른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정치, 경제, 문화, 예술에서 인류사에 전무후무하게 엄청나게 다양한 것들이 생겨났고 실험됐고 사라졌다고. 그야말로 '광기와 격동의 역사'였다고. 그 때에 비하면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반인 현대는 여러 면에서 얌전하고 점잖고 순하고 차분하다. 오직 IT 제품만 고속 진화, 팽창한다. 역사는 순환한다고 볼 때 19세기말~20세기중반까지는 문예부흥(르네상스) 맥락이었고 현대(21세기 초반)은 르네상스가 수그러드는(또는 소강상태, 숨고르기) 시기인지도 모른다. 먼 훗날 역사가들이 알아서들 정립하겠지. 어쩌면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테크놀로지가 어느 정도 .. 2008. 11. 15. 20:06
행적 또는 정신세계가 담긴 유명인 사진 - 니콜라스 거린(Nicolas Guerin) 걸죽한 기름 때가 뭍은 느낌도 난다. 포토샵으로 리터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보는 사진 질감과 다른 질감이다. 초콜렛이나 생크림이 발라진 것 같기도 하다. '토미 리 존스'의 눈빛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에서의 왠만한 배우가 범접할 수 없는 그 눈빛이다.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토미 리 존스도 젊었을 때는 청춘 멜로 주인공을 했었다(언젠가 TV에서 방영했음). 그의 최대 출세작 '도망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의 반장역으로 주가가 엄청 높아진 이후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토미 리 존스는 없었다. 몇 달 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봤었는데 토미 리 존스의 또 다른 연기가 기억에 남았다. 도망자에서와는 전혀 .. 2008. 11. 15.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