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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시(Habacy)

유한개의 '생갱이'를 소중한 생각에 쏟아부어야만...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2. 1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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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생각, 사고, 인식, 관념...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들의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를 '생갱이[thinkle]'라 한다. 생각을 구성하는 최소 알갱이다.

모든 인간은 생갱이를 일정량 가지고 있다. 일생동안 무한하지 않다. '생갱이는 유한하다'는 정의가 인간의 생명에 끝이 있기에 생갱이가 유한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인간이 살면서 특정 생갱이를 다 써버릴 수도 있고 못 쓰고 죽을 수도 있지만 유한하다는 뜻이다. (어떤 면에서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 존재하는 세월동안 인간이 생각하는 온갖 생각의 총 수량이 무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가 엄마의 배 속에 존재한지 몇 달째부터 생갱이가 존재할까? 적어도 '간지럽다'라고 생각할 때보다는 이전 시기다. 만삭이 가까울 때 '여긴 너무 비좁아'라고 생각할 때는 이미 수많은 생갱이가 존재하는 상태일 것이다. '간지럽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 생갱이가 존재했다는 의미다. '생갱이'란 무엇인가?

드넓은 우주의 아무곳에서나 별이 탄생하지 않는다. 별과 별 사이 기체와 먼지들이 밀집된 성간운(星間雲) 지역에서 별이 탄생한다고 한다. '간지럽다'라는 구체적인 생각이 별에 비유된다면 '생갱이'는 성간운의 기본 입자 1개에 비유된다.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존재한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인간의 능력으로 정확히 셀 수 없을 뿐이다. 150억년 나이만큼 성장한 우주 전체를 인간의 머리 속이라고 상상해보자. 별 한 개는 '간지럽다'라는 구체적인 생각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무한개의 별은 다양한 종류와 상태로 구분될 수 있다. 인간의 생각도 그렇다. '간지럽다'는 원초적인 생각이다. '새콤달콤하다'는 좀더 고차원적인 생각이다. '사랑', '운명', '기도', '교감' 등은 좀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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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에 비하면 영원에 가까울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별빛도 소멸한다. 별은 죽지만 또 다른 별을 탄생하게 하는 입자를 우주로 퍼뜨린다. 인간의 생각도 그렇다. '간지럽다'라는 생각은 태어나고 지속되다가 소멸된다. 서로 다른 생각의 소멸까지 기간은 천차만별이지만 뿔뿔히 흩어진 생갱이는 다른 생각의 근원이 된다.

까마득히 먼 미래에 광활한 우주에는 언젠가부터 새로운 별이 탄생하지 않고 존재했던 모든 별빛도 소멸한다고 한다. 이는 우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별빛이 없는 우주를 더 이상 우주가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의 생각도 그렇다. 누구나 세월이 흘러 언젠가는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지 않고 존재했던 생각들도 희미해져서 소멸한다. (어떤 면에선 인간이라는 종에도 적용된다. 존재했던 모든 인간이 만들어냈던 온갖 생각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이다)

어떤 과학자가 계산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우리 우주가 빅뱅(Big Bang)으로 태어나서 암흑 진공 우주로 생을 마칠 때까지 만들어냈던 별의 총 갯수는 확실히 유한할 것이다. 결코 정확히 셀 수 없겠지만 우주가 태어나고 죽었으니 그 동안에 만들었던 별의 갯수는 유한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생각도 그렇다. 따라서 인간의 생갱이는 유한하다.

생갱이가 유한하기 때문에 소중하고 가치 있고 의미심장하다는 뜻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인간의 삶이란 일생동안 유한개의 생갱이로 어떤 생각을 만들며 살았느냐의 명제일 수도 있다. 평생 매일 매순간 어떤 생각을 만들어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좀더 가치있고 소중한 생각에게 생갱이를 더 많이 지속적으로 쏟아부어서 생각이 오래동안 팔팔하게 빛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생갱이는 유한하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무엇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운명이고 생갱이의 원리이고 우주의 섭리다.

누구나 자신에게 소중한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의 의미가 진정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생갱이를 쏟아부어야 의미있고 가치있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먼 훗날 뿌듯해하며 회상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떤이에겐 직업의 성공이고, 어떤이에겐 부의 축적이고, 어떤이에겐 신앙이고, 어떤이에겐 인류애이고, 어떤이에겐 애국이고, 어떤이에겐 명예이고, 어떤이에겐 가족애이고, 어떤이에겐 끝없는 사랑일 것이다. 자신에게 가치있고 소중한 어떤 것의 핵심 생각에 유한개의 생갱이를 풍부하게 지속적으로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 삶의 가치는 동산(garden)의 포도밭에 밤하늘의 별빛처럼 은빛(Silver)으로 빛나는 알맞게 영근 포도 알갱이처럼 달콤할 것이다.

2009년 2월 1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