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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500 days of summer, 청담보살, 러브 매니지먼트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1. 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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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Days of Summer

지적인 로맨틱 고전 '해리가 셀리를 만날 때'의 2009년 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많이 비슷하지는 않다. 그런 분위기가 많이 난다. 그 영화를 좋아했다면 이 영화도 좋아할 것 같다. 감독의 재치와 아이디어가 인상 깊었던 영상미가 돋보였다. 다소 실험적이기까지 한 참신한 영상미의 로맨틱 영화였다.

그러나 사랑과 관련한 인물들의 사고방식과 정서 그리고 배경으로 많이 들어간 노래들이 현대 한국인이 달콤해하거나 입맛에 착 달라붙는 맛은 아니다. 현대 로맨틱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의 최향과 다소 떨어져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중고생이 키득키득할 정도의 코믹스런 로맨틱도 아니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자가 아니라면 보통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뿐이지 결코 명성과 홍보 만큼 환상적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제법 좋은 평가와 흥행몰이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현대 한국인이 꿈꾸는 로맨틱 코메디는 아니다.

시간을 왔다갔다하는 구성을 정교하게 유쾌하게 잘 만들었다. 그 외에 화면 분할이라던가, 뮤지컬적인 요소라던가, 영상에서 스케치로 바뀐다던가 ... CF적인 다양한 영상미를 볼 수 있다. 그것들이 이야기와 따로 놀지 않고 적절히 녹아있다. 영화를 연구하듯이 보는 관객에겐 확실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그러나 보통 관객은 아닐 것이다. 약간 스포라면 서머(Summer)는 여주인공 이름이다. '여름'은 아마도 우리네 속담 '메뚜기도 한철'에서 한철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청담보살 (2009)

임창정이 주연으로 나왔으니 관객이 은연중에 상상하는 그런 성격의 영화다. 독특한 개성이 있는 코믹성이 강한 배우라고 말할 수 있다. 유승범과 느낌이 비슷한 인간형이다. 그런 캐릭터가 한국 영화 시장에서 특히 예술적 영화가 아닌 흥행이 목표인 영화에서 꽤 좋은 역할을 해왔다. 요즘은 TV 프로에서 그런 유의 개그가 많고 그 이상도 흔하므로 그렇게 독보적이고 절대적인 캐릭터는 아니게 보인다. 그래도 임창정의 개성은 아직 유효한 것 같다.

그렇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이고 흔한 패턴의 이야기다. 과거 10년간 흥행했던 또는 흥행할 뻔 했던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패턴이다. 어떤 에피소드나 대사가 재밌는 부분도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전체적으로 재미 없는 이야기를 무마할 수 없었다. 좀더 기발하거나 독특하거나 황당하거나 로맨틱하게 발전했어야 재밌었을 것이다. 시작은 그럴듯하게 흥미를 끌었는데 갈수록 지지부진하고 뻔한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보통 관객이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예술성, 문학성, 작품성을 바랬던 것은 아니다. 보통 관객이 참신하고 기발한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러브 매니지먼트 (Management 2008)

다소 매니악한 요소가 있다. 보통 한국인이 헐리우드 산 로맨틱 코메디에서 기대하는 것과 다른 느낌이다. 이야기는 남자의 관점에서 이끌어진다. 서양인이 생각하는 도교, 불교적인 요소가 배어있어서 그들에겐 독특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좋아할 무엇이 들어있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순박한 농촌 총각이 세련됐지만 딱딱하고 박애정신이 있는 도시 여인을 끊질기게 사랑하는 이야기다. 메시지나 주제가 나쁘지는 않다. 단지, 영화 자체의 재미가 별로였다. 무엇보다 별로였던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인 것 같다. 좀더 재밌는 에피소드와 다이나믹한 변화가 있었어야 좋았을 것이다. 러브 드라마도 아니고 로맨틱 코메디 컨셉인데 말이다. 그러나 어떤이가 보기에는 흔한 로맨틱 코메디와 달리 특이해서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남자 캐릭터, 여자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다면 재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지 못 했다. 현실에서는 둘 다 좋은 인간성의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좀더 변화무쌍하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로맨틱 사건이 터지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 저예산 느낌이 났다. 공간적인 배경과 주변 인물들이 너무 존재감이 없어 보였다. 영상 자체가 로맨틱과 거리가 멀었다.


2008년 01월 03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