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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 소설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1. 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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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섬세하고 침울하고 넓고 깊다. 시적이었던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가 영화보다 먼저 소설을 썼다. 우여곡절 끝에 장르 소설 전문 출판사가 아니라 일반 소설 출판사에서 책을 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영화와 동일하다. 다만 좀더 세밀하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지적 시점으로 여러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비중 있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소설에서는 꽤 섬세하게 실제적이게 묘사했다. 영화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인물도 여럿 있었다. 그 중에 톰미(오스카르의 동네 형)와 그의 어머니와 남자친구 스타판 경찰의 에피소드도 꽤 긴 편이다.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좋았고, 소설은 소설 나름대로 좋았다. 어쩌면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대적인 내용을 전통적인 소설 기법으로 색다르게 쓴 소설다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품이었던 점은 다양한 인물들이 실제처럼 느껴지게 한 섬세한 묘사였다. 장르 소설의 소재를 사용했지만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류의 소설이었다. 느리고 섬세하고 침울하고 그러나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 엿보이고 그 속에서 희망적인 인간성도 놓치지 않는 소설. 그래서 그런지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트와일라잇'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 했던 것 같다. 또한 정서적으로 한국에서 인기 있을 타입은 아니다. '스티븐 킹'의 침울한 분위기의 소설 느낌, 그런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대에 소설을 쓰려고 하는 사람 중에는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취향대로 감각적이게 가볍게 쓰기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소설답게 그러나 이야기는 장르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작가가 참고하기에 꽤 유익한 현대 소설일 것 같다. 다만,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판타지 소설 류가 아니라 인간의 섬세한 내면을 주로 다루면서 현장 조사도 많이 요하는 소설에 한한다.

영화 렛미인을 재밌게 봤다면 소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 깔려있는 바탕 정서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면 소설도 별로일 것이다. 어떤 작가가 이런 정도의 소설 기법으로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있는(가족주의, 해학, 한국적인 사랑) 이야기를 쓴다면 국내 순수 문학계에서 기립 박수를 쳐줄지도 모른다. 소설 기법적으로는 매우 훌륭하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오스카르적인 요소와 엘리적인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사랑해주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사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10년 01월 26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