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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모비딕,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두 여자, 간츠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11. 1. 13:49



모비딕 (2011, 국내)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몰입도가 높고 흥미롭게 보았다. 주조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특히 배우 황정민의 연기는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야기 구성은 치밀하고 짜임새있고 끝까지 고무줄같은 긴장감의 완급을 놓치지 않아서 좋았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왜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 했을까를 생각해봤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절정이 아니라서 그렇지 높은 편이다. 문제는 소재에 있는 것 같다. 소재가 현시대 젊은 관객들이 무척 보고싶어하는 것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가 권력을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모종의 세력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국내에도 있다는 설정인데, 이와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영화, 소설들이 헐리우드 영화, 미드, 일드를 통해서 국내 관객들은 수없이 많이 접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 그 패턴을 현재 국내 관객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변주하는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는 국내 관객이 영화를 즐기기에 다소 무미건조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낄낄, 크크, 꺅, 푸웃, 라고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이런 영화에 필요하냐 마냐는 둘째 치고, 일단 국내 보통 관객은 그런 추임새를 즐기는 경향이 있는 편이다. 매우 무거운 소재를 담아낸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국내 관객들이 재밌어하는 이유를 이런 이유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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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 국내)

극사실주의, 미니멀리즘 영화로 느껴졌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는 누가봐도 그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영화의 스토리도 영상미도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현대성에  대한 반기, 명상을 찾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이 영화를 차분하게 보면 그 어떤 오묘한 맛을 느낄 수도 있다. 사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비하면 이런 정도로 차분한 영상은 관객에게 많이 친절한 것이다.

두 남녀 주연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배우 현빈의 다소 여성스러운 감수성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혹시 실제 저런 성격이었나, 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런 연기였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이런 성격의 두 남녀와 한 집에 머문다면 웬지 답답할 것 같다. 그래도 장점으로는, 집안이 조용해서 책을 읽거나 무엇을 만들거나 무언가에 몰입하는데는 유익한 실내 분위기는 될 것이다.

때로는 차분하고 섬세한 정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이렇게 느린 영상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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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 (2010, 국내)

끝까지 볼 수 있었던 힘은 여주인공 한소영의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작이 프랑스 소설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것을 인지하고 봐서 그런지)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주인공의 행동이 보통 한국 여자 같지는 않다(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같지는 않다는 뜻). 다소 특이하게 치밀하고 강인하고 자의식이 강한 여성 캐릭터였던 것 같다. 그에 비해 건축가 남편과 그의 여친은 너무 흔해보이고 보편적이게 보였다. 어쩌면 이런 류의 영화가 재미를 줄려면 (다소 다른 성격의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세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개성있는 성격과 세계관이 있고 그들이 얽히고 섥힌 에로틱멜로스릴러여야 좋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한소영만 강조되고 다른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밋밋한 성격들이었다. 이런 영화에서는 기승전결보다 인물들의 개성이 관객에게 더 중요한 재미를 제공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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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츠 (2011, 일본)


이미 만화도 나왔고 애니메이션도 나왔지만 전혀 안 본 상태로 이 영화를 처음으로 봤다. 특이한 옷을 입고 있는 인물들,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포스터였는데, 막상 영화에서 짜릿한 감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일본판 매트릭스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 일본 영화가 그렇지만, 스케일이 다소 작아 아쉬웠다. 물론 시리즈로 계속 나올 것 같은데 그 이후에는 스케일이 커질 것도 같은데 일단 이것만을 봐서는 다소 유치해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영 아닌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개는 좋았다. 은근히 '저런 요상한 적들이 상징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도대체 이 특이한 세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남은 것 같은데 다음 시리즈가 조금 기다려진다. 그럭저럭 괜찮게 즐길 수 있는 일본 SF 영화였다.


2011년 11월 1일 김곧글


ps. 11월이 시작되었다. 가을이 아이스크림을 겨울에게 넘겨주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