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최종병기 활 - 서부영화 구출 시퀀스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11. 30. 21:16


중후반에 비해서 초반 시퀀스가 다소 엇박자스럽게 느껴졌지만 요즘 현대 관객들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흥행했던 것도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다. 현대 국내 관객은 선악이 분명하고 선이 이기는 간결한 스토리에 액션이 화려한 영화를 좋아한다.

이 영화는 수많은 관객들에게 만화와 영화를 통해서 익숙한 '서부영화식 구출 시퀀스'라는 것이 주인공의 여동생이 결혼식을 올리는 중에 청나라 군사가 벌때처럼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가기 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소 짧지 않았던 그 전까지의 장면들에서는 이후의 전개와는 전혀 다른 드라마의 전개를 상상했었는데 (스릴러적이거나 범죄물적인 드라마성 사극?) 다른 방향으로 전개한 구성미가 매끄럽거나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떤이는 이런 점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관객도 있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최종병기 활'인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최종병기, 신무기, 비밀병기 등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활은 보통 서부영화에서 흔한 권총 정도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일본의 유명한 만화 '최종병기 그녀'의 제목을 활용했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활이란 특정한 물건을 가리키기보다는 활이라는 일반명사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리 많은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인데, 드라마와 역사적 배경을 살짝 양념했다. 자칫 떡볶이도 아니고 라면도 아닌 것이 될뻔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괜찮은 라볶이, 신선한 액션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의 재미는 구출하러 가는 사람과 추격하는 사람이 대결하는 액션 사극이다. 중요한 소품으로 활이 등장하고 숲속에서의 활쏘기 장면들이 국내 사극에서는 보기드물게 괜찮았다. 그렇지만 컷들을 과다하게 분할한 것 같고, 그리 세련되고 신선한 영상미를 창조하지는 못 했다. 보통 관객들이 그럭저럭 괜찮다고 말하며 즐길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영상미였다.

이 영화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의 연기다. 스토리, 영상미의 무난함을 배우들의 연기가 채웠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승룡씨의 악역(입장 바꿔 청군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직분에 충실한 충직한 명장이라 악인은 아니지만 어쨌튼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적이다)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그는 다른 배우들이 내뿜을 수 없을 것 같은 자신만의 악역 포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그전 어떤 영화에서 유승룡씨의 악역이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말 출중하게 빛났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뽑으라면 다소 먼거리의 맞은편 절벽으로 점프해서 맨손으로 암벽등반을 하면서 추격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기존의 국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창조적인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백미일 것이다. 이 촬영에서 본(Bourne) 시리즈 3편에서의 유명한 명장면처럼 스턴트맨이 카메라를 몸에 장착하고 맞은편 절벽으로 점프하는 장면을 넣었다면 정말 좋았을 뻔했다. (유승룡이 점프하는 장면에 유용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그동안 만주족을 야만족으로 묘사한 사극이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체계를 갖춘 적군으로 묘사한 점이 좋았었다. 누더기 옷을 걸치고 생고기를 먹을 것 같고 동료를 화김에 살해할 것 같은 군사처럼 묘사했던 이전의 사극과 달리 갑옷도 근사하고 군인들도 용맹한 전사로 묘사해서 영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2011년 11월 30일 김곧글


ps. 연말이라해도 내게는 별다는 일도 없는데 문뜩 감수성에 빠져들락말락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