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마당을 나온 암탉 - 보편적 모성애 여정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12. 5. 22:24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고 가슴뭉클했다. 부모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한편을 보려고 할때 딱 좋은 선택일 것이다. 아이들도 재밌어할 것이고, 부모 입장에서도 하품하거나 시계를 볼 생각이 들지않을 정도로 몰입시키는 보편적인 재미와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겐 영웅 탄생 신화가 베어있기도해서 단순히 깔깔거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교육적이기까지 하고 부모들은 자신들을 키워준 모성애를 추억하며 가슴뭉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처럼 보편성을 지향하는 컨셉이기때문에 뭔가 차별되고 특별한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에겐 실망일 수도 있겠다. 이야기도 주제도 장면들도 매우 보편적이다. 어떤 장면들을 보면서 헐리우드 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장면 장면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다. 이야기 구성이 담백하고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조화로왔다. 국내 굵직한 연기자들의 목소리 연기도 몰입도를 증가시켰다. 특히 달수(또는 수달) 캐릭터는 영화제 조연상 감이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주제의 관점에서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성에게 지나치게 모성애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냐? 자칫 여자 어린 아이들의 가치관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 라고 말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극모성애'로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한번 더 강조한다) 불우한 탄생 배경의 소년을 훌륭한 영웅으로 키워낸 모성애 이야기다. 예수를 키워낸 성모 마리아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서구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달리 생각하면 복잡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난무하는 세상에 이것저것 군더더기 과감히 제거하고 모성애를 심플하고 재밌게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어 보인다.

애니메이션이므로 그림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헐리우드적이지도 않고, 일본 애니메이션 적이지도 않고, 유럽 예술 애니메이션적이지도 않고 그 어떤 한국적인 연한 색감과 적절한 움직임이 들어간 담백한 스타일이 좋았다. 헐리우드 애니를 보면서 가끔 저 캐릭터가 왜 저렇게 손짓, 발짓을 하지?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랬던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점이 전혀 없었다.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은 반드시 해외 시장을 염두해놓고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 영화가 좋은 선례가 되어서 한국 애니메이션도 한국영화, 케이팝 못지않게 발전하면 좋겠다. 언젠가 'K-Ani' 라는 용어가 널리 쓰여지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

여담이지만 최근 3D애니 '틴틴(또는 땡땡)'을 보며 먼 옛날 국내 만화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만화전문잡지 '보물섬'이 떠올랐다. 아마도 창간호에선가 '땡땡'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 연재되었던 것 같다. 해적판이 아니라 정식적인 계약을 거쳐서 연재했었다. 아쉽게도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큰 인기를 끌지는 못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보물섬'이라는 잡지가 그만큼 한국만화역사에서 적잖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 보물섬 잡지 전권을 디지털 스캔 본으로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해본다.


2011년 12월 5일 김곧글


ps.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은 어떤 악조건을 이겨내고서라도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