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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오늘(2011) - 좀더 영화적으로 재밌었더라면...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12. 19. 20:46




오늘(2011)

평범한 관객이 관람하기엔 많이 쉽지 않았다. 이야기 구성은 전체적으로 세련되었고 예술적이고 간결하고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주제나 메시지도 너무 겉으로 들어났다는 점을 빼면 의미심장하고 좋았다.

다만, 본래 기획 의도가 상업영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수가 영화의 전부는 아니지만(그러나 영화가 포함하지 말아야 할 점도 아닐 것이다) 아무튼 보통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요소는 거의 희박한 편이다. 그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보통 관객이 몰입하고 영화적인 재미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랬다면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되었을테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회상과 상상과 현재가 거북스럽지 않게 아련하게 교차하는 이야기 구성미가 좋았다. 이야기를 만드는데 고진감래했을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초반에는 매우 지루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흥미롭게 몰입됐는데 그 시점은 지민(남지현 분)이 다혜(송혜교 분)의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을 때부터다. 어떤 상업 영화로 예를 들면 데이빗 핀쳐 감독의 '파이트클럽(Fightclub)'에서 처음에 두 주인공(에드워드 노튼, 브래드 피트)가 사실은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즉, 지민은 다혜의 내면 속 또 다른 자아이며, 또한 다혜의 어린 시절이라는 점이다. 다소 과장된 해석이라고 치부하지말고 그렇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감상하면 전체적인 아귀가 들어맞아보일 것이다.

30대 여인 다혜의 어린 시절을 지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영화상으로는 서로 다른 인물이다). 만약 지민을 등장시키지 않고, 물론 침울한 다혜와 상반되는 쾌활한 성격이 주는 다채로운 인물 구성미도 있지만, 남자친구에 대한 회상을 감성적으로 중요하게 표현하고 있는 와중에 다혜의 어린 과거 회상까지를 겹쳐서 표현한다면 다소 억지스럽거나 부자연스럽거나 복잡한 이야기 구성이 되었을테니 지금처럼 간결하고 시적인 영상미가 깨졌을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는 다혜와 지민이 한 사람인데 분리해서 두 인물로 만들어서 전체 이야기를 이끌고 갔다고 생각하고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본래 영화가 제시하는 사회적 메시지와는 별도로 순수하게 영화적인 어떤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관객은 이 점을 생각하며 감상하면 나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런 류의 영화는 상업 영화관에서는 금방 사라졌지만 지방단체나 시민단체들의 협조로 다양한 활로를 찾아 상영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가 제시하는 사회적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볼만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영화가 이 영화처럼 무겁고 차분하고 지루해서는 안되겠지만 이런 류의 영화가 완전히 사라진 영화판도 자양분이 충분한 기름진 땅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2011년 12월 19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