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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변호인 (The Attorney, 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7. 5. 21:02




뜬금없지만, 영화 '변호인(2013)'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의 공통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오늘 '변호인'을 감상하는 중에 뜬금없이 떠올랐다. '변호인'은 직접적으로 얘기한 경우이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은유적으로 우회해서 얘기한 경우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미리 예측해서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범인을 잡아 감옥에 쳐넣는 미래의 법집행에 관한 설정이 나오는데, 이런 SF 적인 설정은 단지 미래사회에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데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라고 원작 소설가 '필립 K 딕(Philip K. Dick)'이 단지 현재에 없지만 미래에는 생겨날 수도 있는 새로운 것을 상상해보는 즐거움, 즉 사유의 즐거움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원래 대부분의 명작 예술품은 비록 상상력을 기반해서 쓴다고 하더라도 그 시대(작품이 공개되는 시대)의 중요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미래범죄예측 시스템이 은유하는 것은 영화 '변호인'에서의 '국가보안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위 빨갱이를 색출한답시고 (아직 빨갱이들의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엄한 사람을 잡아다가 감옥에 쳐넣는 황당한 일은 필립 K 딕이 살았던 미국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하며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설싸 필립 K 딕이 전혀 그런 것을 의도적으로 은유하지 않고 소설을 썼다고 하더라도 후대 사람들이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은유를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고 했을 것이다. 그 유명한 '돈키호테' 소설도 출판 당시에는 그냥 웃기는 베스트셀러였지만 후대에 그 작품이 은유하고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로 인하여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영화 '변호인'처럼 풀어서 쓰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안기부에 소속된 주인공 존 앤더튼(탐 크루즈 분)은 국가보안법을 사용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빨갱이로 확정하고 감옥에 쳐넣는 공무집행의 실적이 매우 뛰어난 베테랑이었는데 (영화 변호인에서 차동영 같은 인물) 어느날 자신이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빨갱이로 몰리게 되고 생사를 넘나들며 가까스로 추격을 따돌리고 마침내 국가보안법의 오류를 찾아 (단지 자신의 누명을 벗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설 '반지의 제왕'으로 치면 절대반지를 폐기시키는 목표를 달성하는 소위 개과천선하는 영웅의 이야기이다.     

  

  


영화 '변호인'은 고전적인 이야기 형식이지만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감정을 잘 잡아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현실에만 안주하며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살던 주인공 송우석(송강호 분)이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건과 맞딱트리는데, 그는 어렵고 힘들고 고된 길을 선택하고 마침내 개인의 일이 아니라 문명사회를 위한 (비록 완전하지는 못 했더라도) 정의를 실현하는 업적을 이루는 영웅이 된다는 매우 익숙한 영웅이야기이다. 쉽게 말해서 수많은 명작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의 행적이다. 그만큼 보편적인 영웅 이야기이고 그만큼 수많은 사람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송우석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전직 대통령이었고, 현대사회에 있어서 대통령은 옛날로 치면 국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웬만한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또는 핵심 조연은 고진감래 끝에 국왕이 되는 이야기라고 볼 때 이 영화의 이야기가 판타지 소설의 이야기 패턴을 따른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건재한 송강호 배우의 연기도 매우 좋았고 영화도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었다. 다소 감상적으로 취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것이 이 영화에는 잘 소화되어 있어서 단점까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2014년 7월 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