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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노아 (Noah,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7. 14. 16:05



성경의 '노아의 방주'가 정확히 어떤 이야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전에 교회에 다녔을 때 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언젠가 영화나 만화로 봤던 이야기가 어렴풋이 생각나기 때문에,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 감독이 만든 '노아(Noah, 2014)' 영화의 이야기가 익히 알려진 내용을 답습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아볼 수는 있었다.    

  


이 영화는 마치 성경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의 컨셉만을 차용한 새로운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영화 속 하늘을 보면 대낮인데도 구름 저편에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 것을 보면 이곳은 현재의 지구가 아니라 판타지 세계 속 지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사가 암석덩어리 속에 갇힌 감시자들(Watchers)로 인하여 익히 알려진 노아의 방주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 창의적인 날개를 펼쳤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갈등은 지금까지 노아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뭇 사람들의 무시, 멸시, 비난, 조롱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막의 맨땅에 거대한 방주를 몇 년 동안 제작하는 노아라는 비정상 인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이 지시한 운명을 거의 완벽히 신봉하며 따르던 노아가 자신의 며느리가 낳은 손주를 제거하라는 신의 지시를 실행하는 부분에서 스스로의 의지 또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인간적인 자유의지를 중요하게 다뤘다고 점이다. 결국 신은 모든 것을 지시하지는 않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한다고 작가 또는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관점은 서구인들이 좋아하는 가치관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블랙 스완(Black Swan, 2010)'으로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헐리우드 세계에서 작가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감독 중에 한 명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블랙 스완'은 당연히 좋았고, '더 레슬러(The Wrestler, 2008)'도 좋았고, '파이터(The Fighter, 2010)'도 좋았다. 이 감독의 영화에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것과 차별화된 무엇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전반적으로 따뜻한 쪽이 아니라 차갑고 거칠고 메마른 무엇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한줄기 빛처럼 인간적인 깊은 감정을 어루만지는 무엇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그가 러시아인이라서 그쪽 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시베리아 산속을 헤메다가 굴뚝으로 연기가 흘러나오는 오두막을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들이다.

  


감독의 재능을 널리 알리는데 일등공신이었던 그의 초기작 '레퀴엠(Requiem For A Dream, 2000)'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해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제니퍼 코넬리(Jennifer Connelly)'가 노아의 부인으로 나와서 중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편, '엠마 왓슨(Emma Watson)'이 노아의 며느리로 나와서 노아의 손주를 낳고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인상적으로 잘 연기했다. 한편, '로건 레먼(Logan Lerman)' 이라는 아역 배우는 인상이 '크리스찬 슬레이터(Christian Slater)'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내용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게다가 판타지 풍의 다양한 비주얼도 나름 괜찮았다. 굉장히 감명 깊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런 영화였다. 

  

  

2014년 7월 14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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