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루시(Lucy,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11. 7. 12:14


이 영화야말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대표적인 케이스일 것이다. 현대액션+조폭물+사이버펑크SF, 추가로 신비주의적 내용까지 들어있다. 넓게 보아서 장르는 액션이지만 그렇다고 화끈하거나 짜릿한 액션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흥행성을 의식해서 수위를 낮게 조절한 듯 보여진다. 주요 인물들은 개성있지만 2차원적이고 깊이감은 생략되었다.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는 일개 평범한 인간에서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는 전지전능한 영웅으로 성장하지만 그 과정이 전형적인 영웅 신화 팬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루시와 프랑스 경찰관이 사랑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지만 끝까지 아무것도 없다. 최민식이 연기한 조폭두목은 카리스마 있고 좋았지만 내용상으로 그냥 흔한 조폭두목 이상까지는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냥 그렇거나 만화적인 상상력에 기반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영화를 봤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흥미진진하게 재밌게 봤다. 영화 전체라는 건물로 봤을 때는 매우 괜찮았다는 얘기다. 비록 건물 내부를 두루 돌아다녀보면 그다지 매력을 느낄 수 없었더라도 말이다.

  

이 영화는 루시라는 여주인공에서 시작해서 루시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시라는 특별한 영웅의 탄생기라고 볼 수 있다. 현대과학 또는 의학이라는 돋보기로 살펴봤을 때 루시 같은 영웅이 현실에서 실제로 탄생할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한데 그렇다고 0%까지는 아닐 것이다. 어차피 현대과학이라는 것도 전능하지는 않고 아직 못 밝힌 내용도 무한히 많으니까 말이다. 먼 미래에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능력을 갖춘 루시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뭐래도 뤽 베송 감독에게 루시라는 여주인공을 창조하게 영감을 준 것은 일본의 유명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쿠사나기'이다. 공각기동대 원작만화의 끝장면에서도 쿠사나기가 네트(인터넷)을 지배하게 된다. 혹은 의식을 지닌 존재가 네트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마음껏 할 수 있는, 적어도 네트 안에서는 전지전능한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가 된다. 또한 루시의 초인적인 초능력은 서구문화권에서 매우 널리 알려진 일본 만화 '아키라(Akira)'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루시가 복도에서 조폭똘만이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천장에 공중부양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도 이 장면은 영화가 너무 과격해져서 상영에 제한이 가해지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보여준 것 같다. 얼마든지 붉은 혈흔이 복도 사방에 토마토 캐첩을 뿌린듯이 흩뿌려지도록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 실컷 뿌렸겠지만 루시 영화는 심사숙고해서 표현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아키라' 실사영화도 제작하려고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루시 같은 영화가 국내에서는 아니지만 미국을 비롯 서구문화권에서는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봐서 아키라 영화도 잘 만들면 꽤 흥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얼마전 기사에 '공각기동대' 실사영화에 스칼렛 요한슨이 쿠사나기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정말 그런지 다른 여배우가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루시'는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몰입해서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이전의 뤽 베송 감독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현대 영화 시장에 발빠르게 적응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소 만화 같고 감정의 깊이감이 없고 그냥 저냥 쿨한 인물들이 활약하는 오락영화들이 요즘 흥행을 이끌어가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루시'도 포함된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레옹' 같은 인간적인 냄새가 포함된 액션을 좋아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대세로 통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루시' 같은 영화가 또 나온다면 볼 것이다. 충분히 재밌었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7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