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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11. 12. 18:17



그 언젠가 봤음직한 원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를 다시 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오글거려서 초반부를 조금 보다가 접었다. 요즘은 생생한 현장감이 중요하지만 90년대 당시에는 연극적이고 CF 기법을 활용한 연출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흥을 주었던 것 같다. 1990년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스타일리쉬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이명세 감독의 감각과 실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그 작품을 리메이크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4)'는 현재 시류에 맞게 현장감과 실시간 느낌을 많이 살렸다. 쉽게 말해서 관객이 편안하고 익숙한 형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야기적으로 너무 무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미영(신민아 분)과 영민(조정적 분)이 적나라하게 신혼을 즐기는 장면을 유쾌하고 쿨하게 보여주는 짧은 장면도 좋았고, 여러 에피소드들이 현대 젊은 세대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고민에 속해서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쉬운 것은 그 이상의 뭔가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는 케이블TV 드라마 시리즈로 매우 환영받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케이블TV 드라마로 제작을 고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한편, 이런 정도의 알콩달콩 신혼이야기는 지금까지 수많은 공중파 드라마에서 조금씩 끼워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큰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재미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감상한다면 흐뭇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장르의 이야기에서 너무 심각하거나 예술적이거나 명작 수준을 바라는 것도 어불성설일 것이다. 한국의 좋은 작품을 리메이크해서 좋은 작품으로 재판생시켰고 관객들의 반응도 괜찮았고 좋은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래도 이 작품으로 가장 실질적인 이득을 본의 아니게 챙기게 된 것은 신민아 배우일 것이다. 그 전까지 작품에서는 쿨하고 새침하고 도도하고 사리분별을 잘 따지는 도시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였는데 (그런 배역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친근감 있는 젊고 평범하고 소탈한 여자를 잘 소화했다. 이전 작품 '경주(2013)'에서는 자신만의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고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긴장된 연기가 없어서 그런지 매우 자연스럽고 물 흐르는 것 같은 연기였다고 생각된다.

  

  

2014년 11월 12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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