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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351

박하사탕(1999) 영화가 개봉했던 1999년 당시와 13년이 흐른 현재의 주 관객층은 많이 다를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관객층의 나이대는 현재를 기준으로 못해도 30대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고 대개는 40대 이상의 관객들이 조목조목 처연하게 느끼며 감동할 것이다. 더불어 80, 90년대의 국내 정세에 관심이 많았던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자라면 더욱 깊고 아련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길 만큼 작품성도 있고 완성도도 높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강산도 변하고 어느 덧 영화라는 매체가 개인적인 여가, 여흥, 오락의 기능을 많이 가지게 된 시점에서, 이 영화의 단점은, 세월의 흐름에 의해 들어난 것이긴 하지만, 오락성이 부족하다는 점일 것.. 2013. 3. 30. 11:31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 요즘 시대에 국내관객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부류도 아니고, 복잡한 세상살이를 떠나 스크린 속에서 위안을 얻으려했건만 영화 속 구성의 복잡함에 자포자기의 지루함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그것을 극복한 결말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세계관들의 풍부한 배경의 아름다움, 복잡함을 관통하며 공통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 비록 익숙하고 뻔한 것일지라도, 그 여운이 잔잔하게 감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혹시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좀더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정확하지 않지만 얼핏 보기에, 총 7가지 시대가 등장하고 실질적으로 6가지 세계가 수시로 변경되면서 이야기를 펼치는데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너무 익숙한 패턴의 .. 2013. 3. 29. 11:43
고래사냥(1984) 고래사냥 OST : 김수철 - 나도야 간다 80년대 국내에서 영향력이 컷던 영화 중에 국내 국외 계급장 때고 대표하는 영화 10편을 뽑으라면, 애마부인(1982), 어우동(1985)과 함께 이 영화도 포함될 것이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국제적으로 티켓 파워를 거머쥔 아이돌 가수 출신이 연기를 하는 경우가 자연스런 사회현상이다. 인기 가수가 연기도 병행하는 경우는 최근의 특별한 트렌드는 아니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고, 국내에서도 이 영화의 경우처럼 과거에 없지 않았다. 이 영화의 남주인공 김수철이 그런 경우다. 김수철이 국내 대중음악 팬들에게 끼친 영향력 면에서는 조용필과 비교할 바가 안되겠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적인 재능 그리고 화려함을 뒤로하고 한국 전통 음악과 현대 .. 2013. 3. 21. 17:37
버려진 청춘(1982) 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잃어버린 청춘' 쯤 될 것이다. 이 영화도 한국 사람에게 매우 익숙한 이야기와 주인공들이다. 텔레비전 드라마, 단막극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와 인물을 한국 사람이 좋아하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재창작될 것이다. 여주인공 명자(이기선 분)의 성격은 매우 활기차고 쾌활하고 거침이 없다. 어느 날 해변가에서 계획적으로 우연한 만남을 가장하여 재벌2세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다음날 홀로 서울로 돌아와 그 재벌2세 아버지의 저택을 찾아간다. 그리고 태연하게 아들한테서 성폭력을 당했으니 500만원(현재와 화패 가치가 다름)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재벌 회장은 처음에는 250만원으로 합의하자고 했다가 어쩔 수 없이 돈을 내준다. 초반의 이.. 2013. 3. 20. 18:08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답답하고 고리타분할 정도로 사랑에 순수하고 순진한 남주인공, 젊은 시절 화려했던 직업과 결혼에 실패하고 현실에 고독하게 안주한 비련의 여주인공, 관객의 치열하고 고단한 생계로 인해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두고 살았던 순수한 감수성을 어루만져주는 지고지순한 복고풍 사랑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듯 한 느낌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뭘까? 원래 수많은 인간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감동해 온 전형적인 줄거리이거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런 인물과 로맨틱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이 영화 이후에 텔레비전 드라마, MBC 베스트셀러 극장 또는 KBS TV 문학관 같은 단막극, 국내 만화, 소설 등에서 간간히 접할 수 있는 줄거리 패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한국에서 낯설지 않은 순수한 로맨틱 멜로.. 2013. 3. 19. 21:35
어우동(1985) 역시 어렸을 때 담벼락에 붙은 포스터가 어려풋이 기억의 저편에 아른거리는 영화다. 그때는 볼 수 없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는 게 바빴거나 최근 상영작에만 관심있었기 때문에 아애 생각도 못 했고, 어제 처음으로 봤다. 굉장히 야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당시에는 충분히 그랬겠지만 또는 내가 이런 것에 예민한 감정에 휩싸이는 나이대의 고개를 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현시대에는 미지근한 정도이다. 전체적으로 그 당시로서는 경향이었겠지만 한 가지 장르에 집중하지 못 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정통역사극, 액션물, 성인물을 골고루 섞어놓았다. 때문에 진중한 맛이 있어서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점잖은 관객도 즐길 수 있었겠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한 장르의 심도 깊은 영화적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한편으론 이렇게.. 2013. 3. 19. 13:38
제로 다크 서티(2012) 10년간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을 추적한 CIA 여성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 분)의 고군분투를 사실적으로 (실제로 얼마나 사실적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렇게 보였음)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처음에 이런 이야기라는 힌트를 얻었을 때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냥 잘 해봐야 중간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겠거니 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영화를 만든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훌륭한 전작 '허트 로커(Hurt Locker, 2008)'를 생각하면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허트 로커' 이상으로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린 감독은 여자인데도 어떻게 남자들이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도 않게 그 어느 지점에서 감동하며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전쟁영화를 잘 만들 .. 2013. 3. 15. 15:48
무릎과 무릎 사이(1984),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음대 여대생 자영(이보희 분)은 스스로 자제하거나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억압된 성적욕망으로 인해 불안한 심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서히 우려한 일은 터지고, 관객이 원하는 사건과 장면들이 보여지는데..., 단순히 이것만이 영화의 전부라면 시대를 넘나들며 회자되지는 않았을 터, 자영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써 어두운 배경들이 하나씩 들춰진다. 어렸을 때 백인 음악 과외선생한테 성폭력을 당할뻔한 일, 평범하지 않은 할머니의 결혼으로 인해 태어난 어머니가 자신의 딸 자영만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바램이 지나친 나머지 과도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숨막히는 가정 환경, 그리고 자영과 이복자매인 보령(이혜영 분)의 출생 관련 고뇌도 서브시퀀스로 중요하게 연결이 되는데,.. 2013. 3. 14. 15:02
원 데이(One Day, 2011) 영국판 순수한 첫사랑의 추억쯤 될 것이다. 한국과는 정서적으로 많이 차이가 나는데 요즘에 나오는 유럽 분위기의 영화치고는 꽤 동양적인(한국보다는 오히려 일본적인)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련한 듯 허무함 마져 느껴지는 기나긴 사랑의 운명적인 매듭이라 볼 수 있다. 조금 몸집을 불린 앤 해서웨이의 여주인공 엠마는 평범한 여대생이고 졸업식 후에 감정에 이끌려 함께 잠을 자면서 기나긴 사랑의 매듭을 시작한 남주인공 덱스트(짐 스터게스)는 이런 류의 로맨틱에서 흔히 사용하는 패턴, '정말 허물없는 이성친구'로 우정을 쌓아간다. '남녀간에 정말 순수한 친구'가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너무 식상한 의문을 생각하게 하는 설정이다. 앤 해서웨이가 인물에 몰입하여 조금 살을 불린 것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 2013. 3. 13. 21:14
애마부인(1982),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1) 아주 어렸을 때 지금은 깨끗히 재개발된 동대문구 동마장 버스터미널 부근에 살았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왠만한 벽에는 흔히 영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80년대 국내 19금 영화는 그래서 낯설지 않다. 그 당시에는 어렸을 때라 포스터만 보고 호기심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과 포스터는 어렴풋이 기억날 듯 말듯 한데 내용은 최근까지도 몰랐다. 최근에 80년대 19금 국내영화를 보는데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애마부인(1982) 포스터에서 상상되는 내용과 실제 영화의 내용은 차이가 크다 ^^ 지금이야 조금만 노력하면 야동을 볼 수 있는 시대지만, 1982년에는 외국영화 또는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로 만족해야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이 정도 영상도 파격적이었고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2013. 3. 13. 14:15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어렸을 때 텔레비전의 주말의 명화 중에서 홍보를 진하게 했던 영화가 종종 있었는데, '장고(Django, 1967)'의 경우에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키워드였고 나로서는 당연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트레이드마크 서부영화 이미지를 상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랐다. 시원하지도 통괘하지도 않고 흔한 서부영화의 근사하고 멋진 이미지와는 매우 달랐다. 칙칙하고 처절하고 잔인하고 비열하고 껄끄러운 서부영화였다. 관을 질질 끌고 황야를 가로질러온 장고. 그때까지 그런 이미지의 서부영화 영웅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영웅상은 이후에 수많은 작품에서 재활용된 것 같다. 일본 애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서부영화하면 흔히 먼지가 뽀얗게 쌓이는, 심지어는 '황야의 무법자'에서 북군의 남색 제복이 먼지로 인해 남부군의 연.. 2013. 2. 11. 16:45
반창꼬(2012) 종전까지의 한국 영화와 비교해서 특징이라면 영화가 무게감이 있다는 점이다. 로맨틱 멜로 장르의 한국 영화 치고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 제작된 것 같다. 영화의 색감도 뽀시시하고, 카메라 무빙도 섬세하면서 스케일이 역동적이고, 무엇보다 배경이 되는 수많은 소품의 비용이 어쩌면 국내 영화 사상 로맨틱 멜로 장르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이 영화를 지금처럼 투자하지 않고 소박하게 만들었으면 이런 고급스럽고 색다른 감수성의 멜로의 느낌이 나지 않고 약간 튀는 정도의 영화로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모든 영화가 거의 그렇지만 특히 멜로 장르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비중이 엄청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가치관의 여주인공 '미수'(한효주 분)가 감정적으로 점점 성장해서 진실된.. 2013. 2. 5. 22:49